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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영혼의 편지 hit: 28
 Company
 예담
 Writer
 빈센트 반 고흐
 Translator
 신성림
 

'영혼의 화가', '태양의 화가' 가 불리는 네덜란드의 인상파 화가 빈센트 반 고흐와 친동생 테오가 주고받은 편지를 담은 책.

일찍이(?) 반 고흐의 그림이 끌리던 시기부터 그의 삶과 실제 성격, 그리고 유달리 지난했던 그의 궁핍한 인생이 궁금했다.
그래서 구입해서 읽어보았는데,
확실히 너무나 지리멸렬할 정도로 힘든 실제의 삶이 담겨있어서 책을 읽어 내려가는게 결코 쉽지 않았다.

쉬이 공감할만한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도 많고 고흐가 그림이 아닌 글을 썼다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편지들은 굉장한 문체를 자랑하기도 하는데
(거의 모든 단락이 마음에 들어, 책 곳곳에 갈무리를 해 놓았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끝내 궁지에 몰려 자살을 기도한 그의 인생이 참으로 애달팠달까.


반 고흐는 스물 여덞의 늦은 나이에 그림을 그리려 뛰어들었다.
그래서 전적으로 생활비나 그림에 필요한 미술 도구들을 구입할 비용등을 동생 테오에게 기대며 살았는데

사람들이 아는 대로 미쳐서 자살을 한 게 아니라
그의 그림이 서서히 좋은 평가를 받고,
몇 점씩 팔려나가기 시작하면서 부터 동생과 불화가 생기기 시작했으며
그 전부터 발작이 시작된 걸 알 수 있었다.

주로 요양원이나 병원에서 후대의 생을 살던 고흐가 발작이 일어나면
그림을 그리다 말고 무의식 적으로 물감 튜브를 짜서 먹었다고 한다.

그런 일련의 행동들은 이미 동생에게 진 빚이 너무나 많은데
자신의 그림으로는 동생에게 받은 경제적 도움을 어떤 방식으로든 갚을 여력이 생기지 않아서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믿었던 동생의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 태도(고흐가 동생에게 부치지 못한 마지막 편지에 적혀있다. 동생 테오는 그 편지를 나중에 읽고 형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른다고 했다고 한다) 는
아주 작은 행동에도 극도의 반응을 보이던 고흐 특유의 성격 덕분에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지 않았나 라고 생각한다.

고흐는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 '까마귀가 나는 밀밭' 을 남기고 가슴에 총을 쏴서 자살을 시도했고
1890년 7월 29일 새벽, 동생 테오의 품에 안긴 채 '이 모든 것이 끝났으면 좋겠다' 라는 말을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서른 일곱의 나이에.


장장 4개월 동안 이 책을 부여잡고 읽고 쉬기를 반복한 이유는
지금의 내 성격이 예전보다는 확실히 긍정적으로 변했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자위했지만
이 책 다음에 읽기 시작한 sf소설이 휙휙 읽히는걸 보니 확실히 그런 듯 하다.

절친했던 화가, 안톤 반 라파르트와 나눈 편지도 '반 고흐, 영혼의 편지 2' 라는 제목으로 국내에도 발간되어 있지만
읽지는 않을 듯.


동생 테오도 형이 죽고 난 뒤 허망하게 생을 마감했지만, 동생의 긍정적인 성격과 어느 때라도 형을 무조건적으로 믿던, 무던한 든든함을 고흐가 조금이라도 본받거나 신뢰했더라면 끝내 자살을 하지도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명작이나 명화나 음악은 물론,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마스터 피스(master piece)' 라 불리우는 작품들은
꼭 창작자가 생을 마감한 다음에야 후세대에 어마어마한 칭송을 받고는 하는데(지옥같았던 그들의 삶과 반비례하는 격이지 거의)
살아생전 지독하게 궁핍하고 힘든 삶을 살았던 작가들이라서
이제 와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다.

언제나 중요한건 '현재' 니까.



늘 '사랑' 을 갈구했고
동생에게 '돈' 을 요구했으며
가난함과 궁핍함이 인생 전체를 감싸안은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을 아주 약간이나마 엿볼 수 있어서
나쁘지는 않았다.

누군가가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미술가와 작품' 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여전히 나는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이라고 대답하겠다.

그 작품이 내가 살면서 가장 처음 좋아했던 작품이자 여전히 반 고흐의 작품들 중에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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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알게 되고, 자신이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존재가 아니라 무언가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사랑을 느낄 때인 것 같다.
일하는 것이 금지된 채 독방에서 지내는 죄수는 시간이 흐르면, 특히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버리면, 오랫동안 굶주린 사람과 비슷한 고통을 겪게 된다. 내가 펌프나 기둥처럼 돌이나 철로 만들어지지 않은 이상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다정하고 애정 어린 관계나 친밀한 우정이 필요하다. 아무리 세련되고 예의바른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런 애정이나 우정 없이는 살아갈 수 없으며, 무언가 공허하고 결핍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지금 내가 선택한 길을 계속 가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공부하지 않고 노력을 멈춘다면, 나는 패배하고 만다. 묵묵히 한 길을 가면 무언가 얻는다는 게 내 생각이다.








제발 내가 포기했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라. 나는 꽤 성실한 편이고, 변했다 해도 여전히 같은 사람이니까. 내 마음을 괴롭히는 것은, 내가 무엇에 어울릴까, 내가 어떤 식으로든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는 없을까, 어떻게 지식을 더 쌓고 이런저런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 뿐이다. 게다가 고질적인 가난 때문에 이런저런 계획에 참여하는 것이 어렵고, 온갖 필수품이 내 손에는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것만 같다. 그러니 우울해질 수 밖에 없고, 진정한 사랑과 우정이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빈 것처럼 느껴진다. 또 내 영혼을 갉아먹는 지독한 좌절감을 느낄 수 밖에. 사랑이 있어야 할 곳에 파멸만 있는 듯 해서 넌더리가 난다. 이렇게 소리치고 싶다. 신이여,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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